부동산관련..
기획부동산/업자 -- 운영과정
해sun
2007. 7. 9. 15:17
기획부동산업자 "정부 단속에 한번도 걸린적 없다"
2007년 06월 27일(수)

◆뒷북 건설행정 이제 그만 / (2)나는 투기꾼 기는 정부◆
나는 부동산 전문가이자 텔레마케터요,
인터넷 동호회 운영자입니다.
나는 쓸모없는 땅도 개발 호재가 넘치는
골드랜드(Gold Land)로 바꿀 수 있고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전화, 인터넷, 전단지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정부 규제도 나를
막을 수 없고 국내외 어디라도
부동산 신화가 숨쉬는 곳에 존재합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이에 대한 답을 최근 서울 테헤란로에서 만난 김 모씨(41)에게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전직은 '기획부동산업자'다.
김씨는 "기획부동산을 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정부 때문에 애 먹은 적은 없다"고 운을 뗀다.
그는 "매년 정부는 연례 행사로 단속에 나서지만 언제 어디를 하겠다고 다 밝히는 통에 피해 가기 쉬웠다"며 "다른 업자와 달리 세금도 일부 냈기 때문에 보호받은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0년 대형 A기획부동산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한 것이 기획부동산업자가 되는 계기가 됐다. 3개월 동안 군대식 교육을 받으며 마케팅 요령을 터득했고 여주 땅 '작업'에 성공하며 '성과급' 수천만 원을 만졌다. 결국 별도 S기획부동산을 차렸고 친ㆍ인척과 친구까지 사업에 끌어들였다.
2002년부터 김씨는 인근 지역보다 비싼 가격으로 땅을 쪼개 파는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수법을 사용했다. 김씨 말을 빌리면 말 그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는 것. 텔레마케터가 많을수록 전화를 걸 개인 연락처가 많을수록 수익이 불어나는 구조였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자 피해사례도 함께 증가했고 건설교통부, 국세청 등 관계 당국의 단속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씨는 "기획부동산 단속 소문이 돌기 시작할 때쯤 다른 기획부동산업자에게서 '사무실을 바꾸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사무실 교체, 법인명 교체 등으로 단속을 쉽게 따돌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귀띔했다.
부랴부랴 정부는 2005년 12월 7일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지난해 3월부터 토지분할허가제를 실시해 김씨와 같은 기획부동산업자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역시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김씨는 "땅 쪼개 팔기로 돈방석에 앉은 기획부동산업자들은 1차적으로 2005년 이전에 잠적했다"며 "기획부동산업자들이 개발 호재 주변 땅을 다 작업한 후에 정부가 뒤늦게 규제를 만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오히려 규제 탓에 기획부동산 피해는 증가하는 모습이다. 토지분할허가제 이전에는 개발 행위 인ㆍ허가가 가능한 관리지역 토지를 대상으로 했던 기획부동산들이 개발이 불가능한 땅을 가분할하는 말 그대로 '완전 사기' 형태로 변모했기 때문.
김씨도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 등을 평당 1만원 미만에 사서 200~300평으로 쪼개 최소 평당 5만~10만원 선에 파는 식의 수법을 사용했다. 소비자에게는 2000만~3000만원으로 땅 투자를 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줘 더 위험하다고 김씨는 평했다.
김씨는 최근 2~3년 새 불특정 다수에게 땅을 쪼개 파는 수법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깨닫고 '투자 강연회' 형식을 빌려 수요자들을 현혹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처음엔 부동산 유명 강사를 초빙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도록 만들었다"며 "이런 방법은 투자자 자신의 판단으로 땅을 샀다는 생각을 심어줘 나중에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소동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일부 기획부동산업자들은 직접 부동산 전문가로 둔갑해 각종 재테크 기법이나 부동산 상식을 전파하고 강의 마지막 부분에 "이 지역 땅이 개발 호재 때문에 유망하다"며 지역 탐방과 함께 매수를 종용하기도 한다.
최근 인터넷 영향력이 커지면서 온라인 동호회를 통한 사기 행각도 눈에 띈다. 김씨는 "다른 업자들의 경우 인터넷 투자 동호회를 통해 은밀히 접근해 결국 가분할된 땅을 팔아 먹는 수법도 사용하더라"면서 "이는 소규모 자금이지만 다수의 젊은 투자자들을 모집할 수 있고 정부 단속도 미치지 못해 최근 유행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김씨가 밝힌 기획부동산들의 사기 행각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도 정부 단속은 언제나 뒤처져 있다.
정부의 단속은 지역별, 피해 사건별로 국한돼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게 김씨의 얘기다. 김씨는 "특정 지역에서 대규모 기획부동산 피해 사례가 나와야 정부는 움직인다"며 "정보력에서도 정부가 기획부동산업자들에게 밀린다"고 전했다.
김씨는 기획부동산 주도로 일정 부분 땅값 상승이 야기됐으며 보상비 과다 지출 등으로 정부의 기획도시 등 지방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문제는 결국 정부의 단속 의지로 귀결된다. 김씨는 "올 초에도 대대적으로 기획부동산을 단속하겠다고 밝혔으나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각종 소송에 대비해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어 단속을 받더라도 무혐의로 끝나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부재지주 양도세 중과,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기획부동산도 잠시 소강 상태다. 김씨가 기획부동산에서 손을 뗀 것도 그런 이유다. 김씨는 "올 들어 한달에 한건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돼 일단 사업을 접었지만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개발 호재에 따른 기회가 나올 가능성이 커 완전히 손을 떼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